현대과학의 과제 생태계
산업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400만 년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 생산과 소비의 산업 문명의 시간은 300여 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이상 기온, 오존층 파괴, 열대 우림 파괴, 수많은 생물의 멸종 위기, 생물 다양성 파괴, 대기와 육지와 대양 오염, 소음 공해, 산성비, 핵폐기물 등 그 몇 세기가 지구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과학 기술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 전체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사회에 경고한 사람은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이었다. 오늘날 인류의 물질적 성공과 번영은 분명히 유난히 큰 대뇌 피질을 진화시킨 인류의 사고 능력이 성취한 과학 기술의 결과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과학 기술을 통한 무한한 경제 성장이라는 믿음에 서서히 금이 가고 오히려 과학 기술에 대한 근본적 반성의 시각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고도의 이성의 산물인 핵무기와 생명 공학이 오히려 인류의 존립 자체와 인간성의 의미를 위협하게 되었으며, 자연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이용을 촉구하는 환원주의적 과학 정신은 마침내 자연의 황폐화와 심각한 지구 환경 파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속할 수 있는 사회는 미래 세대의 번영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사회이다. 지속할 수 있는 공동체는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줄이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 문화적 환경을 창출한다.
1960년대 이후에 대량 산업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환경친화적, 분권적, 소규모 적 중간 기술들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경제하에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생태적 대안 기술이 기존의 기업이나 정부, 대학 연구소에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종이를 재활용하는 비용이 새 원료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비용보다 비싸다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자발적 자원 재활용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 환경 공해의 주범인 화석 연료 대신 태양 에너지나 풍력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서울과 경기도를 아우르는 수도권에서 필요한 동력을 태양이나 풍력에서 얻으려면 수도권 전체를 태양열 집열판과 풍차로 뒤덮어도 부족하다. 생태주의자들은 이것을 자아의 녹화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환경이라는 용어도 생태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환경이 모든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중심주의 인상이 강한 데 비해 생태라는 용어는 인간 이외의 생물체는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가와 관계없이 독립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보는 생태 중심주의 입장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학 기술에 의한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 역시 과학과 기술에 의존해야만 한다면, 창과 방패의 모순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생태주의가 구체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선진 기업들에서 실천 활용된 사례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생태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다양한 환경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간 유기 농업 기술이나 환경ㆍ재생 기술 등에 대한 산발적인 탐색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제 대안적 사회 발전 모델을 지향하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환경친화적인 대얀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실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사상가 안 아네! 나 에스(Arne Næss)(Arne Næss)가 1973년 그의 글에서 처음 사용한 심층 생태학(Deep ecology)도 생명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태적 사상이다. 심층 생태학은 인간, 특히 서구 문명이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와 관점을 근본적으로 깊이 회의한다. 산성비에 죽어가는 도시의 나무와 곤충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성비에 저항성 있는 종을 개발하는 것은 심층 생태학적 방법이 되지 못한다. 원래의 동식물은 그대로 보존하고, 화석 연료 연소물인 황화물을 생산하지 않는 경제 체제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근본적이 방법이다. 심층 생태학은 자연을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변형시키고 인간이 자연에 좀 더 맞추어 가려는 태도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 문제와 자원 위기에 처한 21세기 인류에게 현대 산업 사회와 같은 대규모 생산 체제와 밀집된 도시 생활은 맞지 않는 모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즉, 인류는 앞으로는 지금처럼 고층 빌딩을 지어 엘리베이터를 가동하고 넉넉하게 난방하고, 냉방 하는 식의 생활을 영위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이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인류가 기본 가치관,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뿐이다. 자연을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최대한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보는 인간 중심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 무생물 환경이 하나의 그물망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은 그 그물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유기체적, 시스템적, 생태학적 세계관으로의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
20세기의 과학은 전쟁과 무기 개발로부터 진보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는 폭격기와 유독 가스가, 제2차 세계 대전에는 원자 폭탄이 개발되었다. 원자 폭탄은 인류 역사상 과학 전체에 사용된 총자금보다도 많은 돈이 지출되어 3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졌다. 또, 전쟁으로 통신, 운송 분야에 발전이 집중되었으며, 휴대 전화, 불도저, 지프차, 자동소총, 레이다 추적 장치들은 제2차 세계 대전과 전후의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DDT와 페니실린은 전쟁 수행의 필요에 의해 평화 시에는 불가능했을 속도로 개발되고 폭발적으로 사용되었다. 과학의 연구 결과는 사회에서 여러 가지로 활용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과학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결과를 이 세상에 내놓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과학자에게 사회적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개발한 물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고 그런 물질의 사용에 대해 사회적 합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지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20세기의 과학은 인류의 복지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원자 폭탄과 화학 무기를 만들어 냈고 심각한 환경 파괴를 가져왔다. DDT의 예에서 보듯 새로운 화학 물질 개발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과학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에서 물질 만능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도 생겨났다. 21세기 들어, 특히 생명체의 유전자 조작과 동물 복제 기술이 무서운 속도록 발전하고 있어 이러한 과학 기술을 다루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 문제는 더욱 중요한 의제로 되었다. 2001년 8월에는 이탈리아의 한 의사가 인간을 복제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하여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첨단 전문가 배출 프로그램을 거쳐 지식과 기술은 익혔지만 소양 교육을 별도로 받은 적은 없었다. 앞으로 대학교와 중등 교육기관들은 과학 교과 과정에 생명 윤리를 비롯한 윤리적 이슈를 포함할 것이 권유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윤리가 과학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에 대하여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아래와 같이 언급하였다.
1955년 러셀과 아인슈타인은 전쟁의 종식을 요구하는 선언서를 발표하였다. 이들의 촉구로 1957년에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퍼그 워시라는 어촌 마을에서 처음으로 동서 양쪽 진영의 주요 과학자 22명이 모여 과학자들의 전쟁에 대한 책임을 논의하였다. 이들은 그 후 10회 이상의 회의를 가졌고, 영국에서 열렸던 9차, 10차 회의에서는 단계적인 무장 해제를 위한 합리적인 제안을 만들었다. 이것은 나중에 미국과 소련의 핵실험 중지 협상에서 채택되었다. 그 후 생물 무기 금지 조약, 화학 무기 금지 조약,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등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였다. 현재 퍼그워시 회의는 과학과 세계 문제에 관심을 쏟는 국제적 과학자 조직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군사 과학 연구는 정부 주도하에 비밀리에 진행되며, 여기에 동원된 과학자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의 사회적ㆍ도덕적 책임감과 관련하여 주관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따라서 많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지도적 지위에서 내쫓겼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금지에 합의하면서 더 위험한 수소 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데 반대하여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공직에서 밀려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공공연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핵전쟁의 위험성과 과학을 전쟁 목적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저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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